애플이 또 판을 엎었다

아이폰 듀오가 출시됐다. 애플이 만든 새로운 폼팩터, 역시나 파격적인 UX 갈아엎기가 돋보였다. 버튼과 상단바를 오른쪽으로 몰았다. 이야,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해결책이다. 세상에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있지만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건 애플뿐이다.

여권 비율이 남긴 숙제

갤럭시 Z 폴드7까지 폴더블 폰의 문제는 외부 화면이 너무 길고, 내부 비율은 엉망이라는 것이었다. 2026년 폴드8이 나오면서 이 문제를 극복하려 여권 비율로 돌입했다. 내부 비율은 해결이 됐으니, 남은 문제는 하나다. "외부 화면이 넓다."

삼성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 우리 모두 그것이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나를 얻었으니 하나는 포기해야지.' 당연히 그렇게 믿고 받아들였던 공리다. 길쭉한 일반 바형 스마트폰에 맞춘 앱과 사이트가 폴드8에서는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라는 걸,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앱스토어를 쥔 자만 할 수 있는 일

갤럭시 Z 폴드8과 아이폰 듀오 영역 비교 - 컬러스케일
갤럭시 Z 폴드8과 아이폰 듀오 영역 비교 - 컬러스케일

아이폰 듀오는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던 이 현상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Safe Area를 오른쪽으로 몰아넣고 왼쪽은 최대한 길쭉한 비율을 살린다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대안을 내놓았다. 모든 앱 개발자에게 하단 바라는 개념을 듀오를 위해 싹 재정의하라는 게 그 방법이다. 참 스탈린 같은 저돌적인 대책이다.

이건 삼성은 절대 할 수 없다. 퍼스트파티 앱이야 바꿀 수 있어도, 서드파티 앱 개발자에게 그 아담한 시장 점유율을 위해 UX를 갈아엎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애플은 가능하다. 안 하면 앱스토어에 출시를 못 하니까.

우단바가 익숙해지는 날

이것이 '현명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대책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이폰 X 시절 큰 혼란 없이 홈 바를 받아들인 걸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당장은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이 드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다만 분명한 건, 여권 비율 폴더블 사용자라면 반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폴더블 유저들은 세로만 줄인 통통한 앱 대신 듀오스러운 오른쪽 '우단바'와 버튼을 보게 될 것이다. 웹사이트들도 버튼을 오른쪽으로 몰아줄 것이다. 반응형이 대세가 되었듯, 듀오 같은 디스플레이 비율에는 오른쪽에 헤더(?)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오른쪽 몰빵이 익숙하다, 불편하다를 떠나서 갤럭시 폴드 이후 7년 만에 시장이 폴더블에 성의를 보여준다는 점이 반갑다.

아이폰 듀오의 카피는 "반가워요 반가워요"다. 정말 반가운 건 기존 폴더블 사용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