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폴드의 금형이 유출됐다. 성능도 가격도 아닌, 비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부는 2:3, 펼친 내부는 4:3.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폰과도 닮지 않은 숫자다.

삼성은 왜 정사각형으로 갔나

갤럭시 Z 폴드를 대하는 삼성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전면 디스플레이를 키우자. 정확히는 전면의 좌우 폭을 넓히자. 덕분에 접었을 때의 사용성은 분명히 좋아졌다. 대신 펼쳤을 때가 망가졌다. 전면이 넓어진 만큼 메인 디스플레이는 정사각형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가로든 세로든, 정사각형만 아니면 된다. 영상을 볼 땐 16:10 모니터 비율이 좋고, 문서를 볼 땐 A4에 가까운 3:2가 알맞다. 정사각형은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영상을 띄우면 위아래로 레터박스가 두껍게 깔리고, 문서를 띄우면 좌우가 남는다. 화면은 커졌는데 실제로 쓰는 면적은 늘지 않는 상태. 폴드7의 내부 화면이 1:1.1까지 온 지금이 딱 그렇다.

사실 삼성도 이게 얼마나 기형적인지 알고 있다. 초창기 폴드를 보자. 전면은 리모컨처럼 좁고 길어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 희생 덕에 메인 화면만큼은 미니 태블릿에 가까웠다. 전면을 그 정도로 포기하면서까지 정사각형을 피하려 했다는 건, 태블릿에서 정사각형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아이폰 폴드 같은 납작한 비율을 택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이 비율에 가까운 시제품은 삼성이 이미 만들어본 적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길쭉한 폴드를 골랐다. 내가 짐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소프트웨어의 한계. 전면이 세로 UX니까 펼쳤을 때도 세로 UX로 이어져야 한다. 가로로 전환되는 순간 앱이 깨진다.
  2. 휴대성의 한계. 접었을 때도 펼쳤을 때도 만족스러운 '넉넉한' 비율로 만들면, 접었을 때 주머니에 안 들어간다.

아이폰 폴드는 두 문제를 어떻게 넘겼나

세로에서 가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UX는, iOS를 직접 만드는 애플이라면 풀 수 있는 문제다. 반면 원 UI는 불과 작년까지도 일반 갤럭시의 홈 화면을 가로로 돌리면 레이아웃이 어그러졌다.

휴대성은 더 과감하게 해결했다. 전면의 세로 높이를 일반 폰보다 아예 낮춰버렸다. 길이를 포기하고 폭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접힌 아이폰 폴드는 길쭉한 막대가 아니라 여권처럼 짧고 넓은 모양이 된다.

애플은 출시와 함께 이 비율에 맞춘 앱 제작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아이폰 X의 세이프 에어리어가 그랬듯, 개발자들은 몇 달 안에 새 비율에 맞춰 앱을 다시 그리게 된다. 홈 버튼이 사라진 뒤 위아래로만 길어져 온 시장에, 짧고 넓은 화면을 전제로 만든 앱과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반 폰도 아이폰 폴드의 전면 같은 비율을 갖게 되지 않을까. 멀쩡하던 아이폰 8 화면이 아이폰 X를 본 순간 갑자기 좁아 보였던 것처럼, 늘씬한 아이폰 17이 어느 날 너무 길어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제조사에게 지금 필요한 것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을 지나 늙어가고 있다. 신제품 차별화라고는 커진 카메라 센서뿐이고, 소비자는 5년이 넘도록 폰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만 변화에 뒤처지는 걸 두려워하는데, 정작 스마트폰에서는 변할 게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폰X와 아이폰8
아이폰X와 아이폰8

아이폰 6가 커졌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또, 아이폰 X 이후로는 머릿속에서 아이폰이 '그냥 아이폰'과 '홈 버튼 아이폰'으로 갈렸다. 여권 같은 비율이 폴더블을 넘어 일반 폰까지 내려온다면, 다음 분기점은 '그냥 아이폰'과 '길쭉한 아이폰'이 될 것이다. 지금 손에 쥔 아이폰 17이 후자로 분류되는 순간, 사람들은 새 비율에 맞춰 만들어진 앱과 콘텐츠를 쓰기 위해,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아이폰을 갖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다.